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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행의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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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 수년전 이맘때 쯤으로 기억한다...
직장후배와 강화도 낚시출조를 약속하고
강화대교 끝자락에서 만나기로 약속했다..
회사에 평일 휴가까지 내면서 나온 간만의
출조에 들뜬 기분으로 일찌감치 도착해
지렁이도 한통구입하고 이것저것 간식거리도
사고 있을즈음에 후배에게 전화가 걸려왔다..
갑자기 집안일이 있어 같이 출조를 못하겠다며
미안하다고 말하는것이 아니겠는가!
할수없이 원하지도 않은 홀로낚시를 해야하니
기분이 썩 좋지는 않았다..
얼마전 출조에서 잔재미를 봤던 장흥지에
도착하여 무너미 끝자락까지 낚시가방을
메고 걸어들어가 채비를 펼치자 어느덧 해가
뒷산에 걸려있었다 ,,
어스름한 물가풍경을 바라보며 커다란저수지에
홀로앉아 담배 한개피를 피우고 있자니
세상을 다 얻은듯 행복감이 머리끝까지 전율로
다가왔다..
지렁이와 떡밥을 한바늘씩 달고 얼마있자..
이내 찌를 슬며시 올려놓는다..
손바닥만한 토종붕어를 잡아올리고, 고만 고만한
사이즈 붕어가 심심치 않게 올라오니 쏠쏠한
재미가 있었다..
그런데 얼마후 바람이 스잔하게 불더니 어디서
몰려왔는지 먹구름이 잔뜩 하늘을 뒤덮었다.
후두둑 ~~ 한두방을 빗물이 떨어지더니
쏴아 ~~~ 하는 굵은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한번 시작된 붕어의 입질은 그칠줄을
몰랐다.. 점점 붕어의 씨알도 굵어지기 시작해서
파라솔을 펼치고 우비까지 입으며 정신없이
낚시에 몰두했다..
어느덧 캄캄한 어둠이 사방에 내리고 빗줄기는 그칠줄
몰랐지만, 시원한 찌올림과 짜릿한 손맛에 시간이
어떻게 지났는지 모르게 흘렀다..
한참 그렇게 정신없이 올라오던 입질이 어느순간
잠잠해지기 시작했다. 나는 그제서야 주변을
둘러볼수 있었다.. 그 넓은 비오는 저수지에서
낚시하는 사람은 나 혼자뿐임을 알았다..
얼마전까지 건너편 수초지역에서 낚시하던 노인과
몇몇 낚시꾼들도 언제 대를 접고 들어갔는지
적막한 기운만 빗줄기를 타고 흘렀다..
갑자기 서늘한 느낌이 들기 시작하여..
차에 들어가 한숨자야겠다 생각하며, 자리에서 일어나
뒤를 돌아보았더니 .. 순간 난감해졌다..
들어왔던 무너미 좁은 농로길은 물이불어서 차가 있는
곳 까지 갈 수가 없었다.. 주차된 장소와 낚시자리사이에
커다란 개울이 순식간에 생겨버린것이었다..
비는 계속쏟아지고 .. 캄캄한 어둠을 랜턴빛을 밝히며
조심스레 반대편 뚝방쪽으로 걷다보니 뚝방 중간에
관리사무실 처럼 생긴 조그만 움막이 하나 보였다.
저곳에서 잠시 비를 피하고 한숨자야겠다 생각하고
그쪽으로 진흙이 되버린 오르막을 미끄러지며 간신히
다가갔다.
문을 열고 들어간 움막안은 아늑해보였다.. 한쪽에는
짚풀도 깔려있어 대충 젖은옷을 털고 누웠다..
붕어를 잡느라 피곤했는지 이내 잠이 들었다..
얼마나 잤을까?
뭔가 서늘한 기운이 목덜미를 쓸고가는 느낌에
눈을떳다 .. 게슴치래한 눈으로 창문쪽을 바라보다.
뭔가가 내 시야에 잡혔다..
그것은 하얀 안개같은 희뿌연 물체가 창문을 타고
바깥쪽으로 빠져나가는 것이었다..
나는 내 온몸의 털이 곤두서는것을 느끼고 자리를
차고 벌떡일어나 랜턴으로 주위를 둘어봤다.
그 순간 지붕기둥에서 부터 치렁 치렁 매단 색색깔의
천조각과 한쪽편에 마련된 제사장 .. 그리고 ..
그옆에 보이는 길죽한 사각상자 ... 그것은 한눈에
봐도 관 이었다.
나는 외마디 비명을 지르고 그곳을 뛰쳐나가
차가 있는곳까지 달리기 시작했다..
빗속을 뛰면서 몇번을 넘어졌는지 모르겠다.
허리까지 잠기는 개울을 건너서 차에 도착하여
차문을 걸어잠그고 덜덜 떨리는 손으로 시동을 켜고
두려움을 이겨내려 라디오를 크게 틀었다.
금방이라도 차창문으로 뭔가가 나타날것 같아서
아예 눈을감고 날이 밝기를 애타게 기다렸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나는 그새 잠이들었고.
경운기 지나가는소리에 눈을떳다..
동이텄다..
나는 차밖으로 나와 어제 내가 들어갔던 곳이
그 마을의 상여집임을 그제서야 알았다..
주섬주섬 낚시장비를 추스려 차에실고 도망치듯
그곳을 빠져나오면서 그곳에서 내가 보았던
그 물체가 혼령이었을 수 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자 다시한번 온몸이 서늘해졌다.
지금 그곳은 뚝방정비를 하고 유료낚시터로
깔끔하게 정돈되어 있지만, 오래전 나의 기억속에
남아있는 장흥지의 상여집 낚시의 추억은
아마 평생 잊지 못할 경험일게다 ..
(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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