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시 짬을 내어 예전의 추억을 더듬어 보기로 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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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억속의 조행기 ~~~ 다시 찾은 섬진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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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는 .....94년 5월 5일 ....!
그 당시는 주5일제 근무를 시행하기 전이라 휴가도 1년에 6일에 불과하고
경기도 일산으로 발령을 받아 그 동안 동해안을 위주로 여름이면 동해안의 크고 작은 하천을
오르내리며 은어낚시를 즐겼지만...서울의 북서쪽에 위치한 일산에서는 서울을 통과하여 출조를
하여야 하기에 동해안으로의 은어낚시는 너무나 힘들고 같은 시간이면 은어자원이 풍부한 섬진강을
떠올리게 되었다.
강릉에 근무할 적에도 그 곳의 은어낚시인들에게 섬진강은 마치 축구선수들이라면 누구나 "꿈의 구연"으로
회자되는 월드컵본선무대에 나서는 것을 꿈꾸듯이
섬진강의 푸른 물결속에서 "늑대와 춤을"... 아니 "은어와 춤을" 추고 싶은 것이 한결같은 로망이었다.
이제는 강원도지역 은어낚시인들이 경호강, 섬진강을 자주 찾지만....!
그러던 차에 일산으로 발령받아 은어시즌만 기다리다가...4월말.. 통일동산으로 가족과 함께 휴일나들이를
갔다가....... 한 눈에 나를 사로잡는 것이 있었다.
그것은 1톤 봉고트럭의 수족관에서 활기차게 헤엄치는 은빛 물고기....!
바로 그 순간. ...나는 마법에 걸린 듯 수족관으로 발걸음이 옮겨졌다.
날씬한 몸매와 도톰한 입술~! 풍만한 가슴과 눈부신 은빛 허리~!
그것은 틀림없는 은어였다.
그런데.... 어떻게 은어가... 그것도 4월말인데..20센티가 넘는 은어가 존재한단 말인가..?
은어를 자세히 살펴보니 등은 녹색을 띠고 뱃살은 흰빛이 완연하였다.
" 이 은어 양식 아녀요? " 회를 파는 상인에게 질문하자
" 자연산은어니까 한 접시 하세요..!"
" 아니~! 자연산은어는 등쪽이 등황색이나 흑황색인데... 녹색빛이 강하고 유난히 배쪽이 하얀걸 보니
양식인 것 같은데요.."
그래도.. 상인은 자연산이라고 우긴다..
그래서 ... " 어디서 잡은 건데요?" 하자
섬진강에서 잡았다고 한다...
그렇다고.. 양식은어를 먹을 수는 없고... 집으로 돌아와서 곰곰히 생각해 보았지만..
현지에 아는 사람도 없고...목마른 자가 우물을 파듯이 직접 확인해 보는 수 밖에 달리 도리가 없었다.
일주일 후에, 아내와 아이들을 청량리에 사는 아이들 외삼촌댁에 데려다 주고 섬진강으로 달렸다.
일찍 출발하기로 마음 먹었지만 출발이 늦어져 12시가 다 되어서야 시동을 걸 수 있었고..
섬진강에서 은어낚시가 이루어지리라고는 반신반의 하던차라 그리 기대를 하지 않았기에
느긋하게 악셀레이터를 밟았다.
섬진강 화개에 도착하니 열 명이 채 안되는 분들이 은어낚시를 한다.
주로 4칸대에..바늘을 현지특유의 채비인 은어허리에 바느질하여 놀림낚시를 한다.
씨은어를 구하려고 훌치기를 하려고 했지만, 마침 연세가 제법 들어 보이는 분이 계셔서
씨은어를 좀 빌려달라고 하자 흔쾌히 주신다..
" 낚시가 잘 되요?"
" 오늘은 잘 안 되는데..! 어디서 왔소?"
" 서울에서 왔는데요..."
일산이라고 하면 다들 잘 모르고 거기가 또 어디냐..? 이렇게 묻던 이가 많아서
그냥 편하게 서울이라고 대답하곤 한다.. 하긴 서울 바로 옆이니..!
그 당시 본인의 채비도 낚시대는 4칸대이고.. 다만 현지분들보다 더 경량화된 일제 볼락대여서
끝만 낭창거리고 허리는 빳빳한 편이라 은어낚시대로서는 별 하자가 없었다.
또한 매우 가벼운 대라 무겁지도 않았다..(160그램 정도)
낚시가 잘 안된다는 말에 실망감이 들었지만 현지낚시인들이 위치한 상류쪽에 씨은어를 밀어 넣었다.
5분도 안 되어서 눈표가 흔들리며 은어특유의 몸짓이 느껴진다.
줄을 당겨서 뜰채에 담고 씨은어를 교체한 다음 물속으로 투입하자 곧 이어 또 은어가 걸린다.
생각보다 낚시가 매우 잘 된다..
6시 반경 낚시대를 접었다.
마침 씨은어를 빌려 주신 분(현재 화개에 거주하시는데 현재 80대중반이다) 이
몇 마리 잡았냐고 묻는다...
그래서 끌통을 보여주시니 매우 놀란다..
" 아니~! 잠깐 낚시하더니 이렇게 많이 잡았네~! 내가 하루 종일 잡은 거랑 비슷한 걸~!"
영감님은 저으기 놀라는 표정이다..! 30마리 가까운 조과를 보시고...
마친 마나님이 홍차를 끓여와서 추위에 엄습한 몸을 녹이고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그 분이 숙소를 잡지 않았으면 자신의 집으로 가자고 하신다.
그 후 5년이상 섬진강에 가면 그 댁에서 머물렀다.
화개면사무소 바로 옆이 그분 댁이었다.
저녁을 먹고 은어채비에 대해 현지에 전래된 방법과 바늘, 코걸이 등을 비교하고 또 설명도 하면서
더 작고 가는 바늘과 코걸이....은어줄을 드렸다.
다음날 아침, 일찍 좋은 자리를 잡으려고 나섰지만 벌써 강에는 10명도 넘는 강태공이 자리를 잡아서
할 수 없이 가장 물흐름이 느리고 얕은 최하류에 낚시대를 폈다.
며칠 전 비가 제법 온 뒤라 유속도 제법 빠르고 수심도 있고.. 봄철 때 마침 내린 비에 많은 은어가
소상한 것 같았다.
상류쪽에 자리잡은 낚시인들을 부러운 눈길로 쳐다보면서 씨은어를 투입시켰다..
" 투~두~둑~!"
투입과 동시에 먹자리은어의 힘찬 몸짓이 느껴진다..
씨은어를 교체하고 다시 투입~! 어김없이 이어지는 은어의 처절한 몸부림~!
은어가 가장자리에 빈틈없이 자리잡은 듯 물살이 거센 중앙 격류로 향하기도 전에 은어가 계속 걸려 나온다.
좀 더 큰 은어를 잡고 싶은 욕심에 격류로 보내려 하지만 씨은어만 가라 앉히면 곧 바로 공격을 한다.
몇 차례 용케 가장자리를 피해서 씨은어를 잠수시켜 중간 심통에 투입시키니 좀 더 큰 씨알의 은어가 걸려 나온다.
느긋하게 담배도 피우고 여유도 부리면서 잠시 쉬고 있으려니 바로 위쪽에 있는 낚시인 2명이 내 자리쪽으로
내려온다.
속으로..." 저 자리가 물살이 더 세고 돌이 더 좋아 보이는데.... 잘 안 잡히나..? "
하는 의문이 들면서 내 자리를 내어주고 나는 그 분들이 섰던 곳으로 자리를 바꾸었다.
씨은어를 투입하자..
" 투~두~둑~!"
어김없이 먹자리은어가 공격한다.
아침에 내가 섰던 자리보다 은어가 더 크고 살이 쪄 있다.
" 이 좋은 자리를 왜 포기하고 하류로 내려 갔을까?"
원래 내가 낚시하던 자리보다 더 크고 굵은 은어가 계속 잡힌다.
하류쪽으로 간 두 명의 낚시인은 아까보다 작은 은어가 잡히지만 다시 상류로 옮기려니
예의상 포기하고 그 자리에서 계속 낚시를 한다.
어느덧,
12경이 되어 끌통을 내려서 은어를 꺼내 갈무리 하는데
" 어디서 오셨어요?"
" 서울서 왔습니다.."
" 서울에서 은어낚시하는 사람 거의 없는데..!"
" 전 원래 강원도에서 은어낚시를 하다가 서울로 발령받아 낚시하러 왔습니다.."
그제서야 이 분들도 궁금증이 풀린 듯 했다.
그랬다...! 당시... 서울이나 수도권에서 은어낚시를 하는 사람은 극히 드물었다.
오전의 조과를 대략 보니.. 현지인들이 20여수정도 잡았는데.. 본인은 벌써 60여수가
넘는 은어를 잡았던 것이다.
" 채비 좀 볼 수 있습니까?"
" 아무리 보아도 낚시대를 움직이는 것은 별 차이가 없는 것 같은데...!"
채비를 보여주니 지금과 같은 역침을 꽂아 사용하는 채비는 익히 알고 있는 듯 했다.
" 은어줄이 몇 호죠? 이렇게 줄이 가는데 안 끊어져요?"
당시 현지인들은 주로 1호줄을 사용하였는데.. 본인은 은어전용나일론사 0.4호를 사용하니
그분들 눈에는 너무 약하게 보였던 것 같다.
거기다 바늘을 6.5호를 사용했는데 현지분들은 바늘크기를 보니 7.5호 내지 8호정도 바늘이었다.
" 은어가 아직 작고 피부도 연하니 작은 바늘이 더 예리하고.. 가는 줄이라도 충분히 버팁니다..!"
어느새 여러 사람들이 몰려와서 채비도 살펴보고 낚시대도 돌려가며 들어도 본다..
" 제가 보기엔... 낚시실력은 별 차이가 없는 것 같고.... 오히려 바닥상황이나 물흐름을 더 잘 꿰고 있고
오랜 연조가 계시니 저보다 더 나으신 것 같고...다만 가는 줄과 작은 코걸이, 작은 바늘로 바꾸면
훨씬 좋은 조과를 거둘 것 같습니다..!"
현지낚시인들에게 코걸이와 바늘을 나누어주고 이야기를 나누다가 다시 오후 낚시를 하였다.
그 날 많은 은어를 잡고 오후 4시경 낚시대를 접었다.
....
....
.....
독일의 철혈재상으로 유명한 비스마르크가 절친한 친구와 사냥을 떠났는데..계곡을 건너다
친구가 그만 물에 빠져 급류에 휩싸여 위태로운 지경에 처하게 되었다.
" 친구여~! 빨리 나 좀 구해 주게~!"
친구의 도움에 비스마르크는 물속으로 뛰어 들거나 구하려는 행동은 하지 않고
갑자기 총을 들어 친구를 겨냥하며,
" 여보게~! 내가 차마 절친한 자네가 죽는 꼴을 볼 수는 없기에.. 차라리 내 손으로 자네를 편하게
저 세상으로 보내줌세~!"
비스마르크의 어처구니 없는 행동에 분노가 치민 친구는 죽을 힘을 다해 급류를 헤쳐 나온 후에
한 쪽 손의 장갑을 던지며 결투를 신청하였다.
그러자 ...비스마르크는 이렇게 말하였다.
" 여보게~! 내가 만약 자네를 구하려고 물속에 뛰어 들었다면 십중팔구 둘 다 죽었을 걸세~!
그래서, 자네의 용기와 분노를 일깨워 헤엄쳐 나오게 하고자 내가 그런걸세~!"
과연 후일 부국강병책을 채택하여 프랑스의 나폴레옹3세와의 보.불전쟁을 승리로 이끌어 약소국이며
산업후발주자인 독일을 유럽의 강대국으로 육성한 독일의 재상으로서 냉철함을 엿 볼 수 있는 일화라 하겠다.
현재의 세계최강대국은 단연 미국이다..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리고, 세계 2위의 경제대국 일본이 현해탄 건너에 자리잡고 있다.
수천년간 문화와 국력이 동아시아에서 가장 뒤 떨어진 일본이지만 근대화에 성공하여 아시아에서 가장 먼저
선진국에 진입하고 패전의 잿더미에서 다시 일어난 나라~!
흔히들 일본인들은 아주 냉정하다고 한다.
치밀하고 논리적이며 실증적인 면모와 기록정신을 강점으로 꼽기도 한다.
거기다 단결력 또한 대단하다.
그러나, 일본이란 나라는 산업혁명과 근대화를 추진할 적에 독일의 선례를 따랐다.
독일은 뛰어난 재상인 비스마르크에 의해 부국강병을 이루었지만 민권을 탄압하고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제한하는 등 민주주의 국가와는 거리가 있었다.
불행히도 일본은 독일의 전례를 답습하고... 천황제를 확고히 수립하여 국민 개개인의 인권과 권리를
경시하는 체제를 갖추고 일부 집권자들에 의해 권력이 좌지우지되어 결국 군국주의의 길을 걸어 수 많은
아시아인들에게 크나 큰 고통과 시련을 안겨 주기에 이르렀던 것이다..!
천황을 이용하여 권력을 잡고 휘두르는 극우,국수주의자와 경제인들의 금권협력체제 속에 일본국민들은
자신들의 목소리와 권리찾기에 매우 소극적인 반면,
우리나라 국민은 매우 권리의식이 강한 것 같다..
독재정권을 타도하고 국민의 힘으로 이룬 민주주의는 많은 희생과
댓가를 치렀지만.. 그러한 격정적인 자세와 행동은 국가를 바른 길로 이끄는 원동력이 되기도 한다고 본다.
다만, 최근의 사태가 하루빨리 진정되고 물가급등, 유가상승, 고용불안, 성장잠재력 약화 등의 산적한
문제들이 조속히 해결되기를 바라며 마음 편하게 낚시대를 잡을 수 있는 날이 도래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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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필로그]
지금 생각해보면 우연히 가족과 함께 나들이를 떠났다 보게 된 양식 은어~!
그리고... 은어를 파는 상인이 자연산이라고 우기며 거짓말을 한 것이 계기가 되어
오히려 자연산은어의 손맛을 이른 봄에 만끽할 수 있었던 추억이 다시금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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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진강에서 7월경 잡은 대형 은어
알림
조행의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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